혈소판감소증은 혈액 내 혈소판(platelet)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상태를 말하며 출혈량이 증가하거나 멍이 쉽게 드는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혈소판 수치는 대략 1마이크로리터당 150,000~450,000/μL이고 보통 15만 개 이하로 수치가 감소하는 경우를 혈소판감소증으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10만 개에서 15만 개 사이의 혈소판 수치를 가지더라도 이 범위에 속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는 10만 개 이하인 경우를 이 질환으로 정의하기도 합니다. 혈소판감소증의 주요 원인, 진단 과정, 치료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혈소판감소증의 원인
혈소판감소증의 원인은 크게 혈소판의 비정상적인 분포, 혈소판 생성 감소, 혈소판 파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혈액 내 혈소판의 약 1/3은 비장 내에 축적되는데 간경화, 림프종 등으로 비장이 비대해지면 이로 인해 비장 내에 축적되는 혈소판의 수가 증가하면서 혈액 검사 상 혈소판감소증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혈소판감소증은 골수에서 혈소판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못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백혈병, 골수 섬유화증 등과 같은 골수 질환으로 인한 골수 기능의 약화가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이런 경우에는 혈소판뿐만 아니라 백혈구와 적혈구 등 다른 혈액 성분의 감소 현상이 같이 나타나므로 진단을 위해서는 골수 흡인 검사, 조직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비타민B12, 엽산 등 골수에서 혈소판을 만들 때 필요한 영양분의 부족, 바이러스성 감염(예: HIV, 간염, 거대세포바이러스),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로 인한 골수 기능의 억제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뎅기열, 말라리아 같은 감염, 면역성 혈소판감소자반증(ITP)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헤파린과 같은 항응고제, 혈전성 미세혈관병증 등 다양한 이차적 원인으로 인해 혈소판이 비정상적으로 파괴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원인이 없이 이 질환이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면역성 혈소판감소증이라 하며 유병 기간에 따라 면역성, 지속성 혈소판감소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2. 진단 과정
혈소판감소증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먼저 환자와의 대화를 통해 최근 감염, 약물 복용 이력, 만성 질환 여부를 확인하고 멍, 출혈, 점상 출혈 등의 증상이 있는지 신체검사를 통해 확인합니다. 그다음으로 혈액 검사를 통해 혈소판 수치가 150,000/μL 이하로 떨어져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 질환으로 확인이 되는 경우에는 말초혈액 도말검사를 통해 혈소판의 크기와 형태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등 재검을 실시해야 합니다. 재검을 실시한 후 이 질환으로 확진되는 경우에는 이차적인 원인을 배제하기 위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병력, 기저 질환, 약물 복용에 대한 문진과 함께 간기능 검사를 포함한 기본 혈액검사, 혈액응고검사를 시행합니다. 그리고 HIV, 간염, 뎅기열 등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간염 검사, 영양분 부족에 대한 혈액 검사, 자가 항체 검사 등을 시행하고 필요에 따라 골수 흡인 검사 및 조직 검사를 추가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환자들은 원인이 될 수 있는 헬리코박터 동정 검사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3. 치료 방법
혈소판감소증의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지며 이 질환으로 진단되었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치료를 필요로 하지는 않습니다. 일차 면역성 혈소판감소증의 경우 출혈 증상과 혈소판의 수, 기저 질환 및 생활 습관 등을 고려하여 치료를 결정합니다. 혈소판 수치가 50,000μL 이상인 경우에는 자연출혈의 가능성이 없으므로 특별한 치료 없이 추적 관찰 할 수 있지만 50,000μL 이하이면서 출혈을 동반하거나 혈소판 수치가 20,000μL 이하로 심하게 감소하는 경우, 50,000μL 이상이더라도 수술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면역성 혈소판감소증의 일차 치료제로 스테로이드가 사용되며 70~80% 정도의 환자에서 2주 이내 혈소판 수의 증가를 보이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프레드니손을 체중 1kg당 1~2mg을 사용하거나 덱사메타손 40mg 정도를 4일간 투여한 후 효과가 없는 경우 한 번 더 반복하는 방법을 택합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에는 골다공증, 소화성 궤양, 당뇨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스테로이드 사용 환자의 30% 정도만이 완치되며 스테로이드 사용을 줄이면 흔히 재발될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효과가 없을 경우 면역글로불린을 정맥 주사로 투여할 수 있지만 효과가 대략 3주 정도만 지속되므로 필요한 경우에만 투여하게 됩니다. 그리고 면역억제제인 리툭시맙을 사용할 수 있으며 리툭시맙은 B세포의 표면에 있는 특이 단백질인 CD20에 결합하고 체내 면역체계가 리툭시맙이 결합한 B세포를 공격합니다. 스테로이드 치료와 면역글로불린 치료가 실패한 경우에 비장절제술을 통해 혈소판이 파괴되는 장소인 비장을 제거하는 것이 도움을 될 수 있지만 비장절제술을 받더라도 약 30%에서 재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삼차 치료제로 경구 제제인 엘트롬보팍과 주사제인 로미플로스팀과 같은 혈소판 생성 촉진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이 양성인 경우 헬리코박터제균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