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유해균은 장내 미생물 중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균을 말합니다. 사람의 장내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공생하고 있는데 이들은 크게 유익균, 유해균으로 나뉩니다. 이 중에서 유해균은 대개 환경의 변화나 면역 기능의 약화 등으로 과도하게 증식하거나 균형이 깨질 때 문제를 일으킵니다. 오늘은 여러 가지 장내 유해균의 종류 중 병원성 대장균,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엔테로박터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장내 유해균 종류 : 병원성 대장균
병원성 대장균(Escherichia coli, Pathogenic E. coli)은 장내에 존재하는 대장균 중 일부가 변이를 통해 병원성을 가지게 된 균을 말합니다. 대장균은 보통 소화 과정에 도움을 주고 장내 미생물 군집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병원성 대장균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며 다양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장병원성 대장균은 주로 어린아이들에게 심각한 설사를 유발하는 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균은 장 상피세포에 부착하여 병변을 형성하고 미세융모를 손상시켜 장의 흡수 기능을 약화시킵니다. 이 대장균의 감염은 물이나 오염된 음식을 통해 전파되며 설사와 함께 구토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장독소생성 대장균은 여행자 설사로 잘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흔한 감염 중 하나입니다. 이 균은 열에 민감한 독소와 열에 안정적인 독소를 분비하여 장내 세포로부터 과도한 수분과 전해질의 분비를 유도합니다. 그 결과 심한 설사 증상을 일으키며 구토와 탈수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심각한 장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성 대장균으로 O157:H7 균주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독소가 장점막을 손상시키고 혈관 내피세포를 파괴하여 출혈성 대장염을 일으킵니다. 심한 경우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신부전, 빈혈, 혈소판 감소증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감염은 주로 오염된 소고기, 생우유, 물, 채소를 섭취하면 일어납니다. 병원성 대장균은 특성상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철저한 위생관리와 적절한 치료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균입니다.
2.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 C, difficile)은 인간의 장내에 있을 수 있는 그람양성 혐기성 세균으로 주로 항생제를 사용한 이후 발생하는 감염성 장질환이 주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소수의 장내 미생물 군집 중 하나로 존재하지만 특정 요인에 의해 과도하게 증식할 경우에는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C. difficile 감염은 병원 내 감염의 중요한 원인으로 면역력이 약화된 환자나 항생제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환자들에게서 흔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은 독특한 생물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균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증식하는 혐기성 세균이며 생존력이 강한 내생포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내생포자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소독제나 열에도 저항성을 보입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C. diffidile은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에서 쉽게 전파될 수 있습니다. 이 균은 독소 A(Toxin A)와 독소 B(Toxin B)를 생성하는데 독소 A는 장점막의 세포를 손상시키고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독소 B는 세포 골격을 파괴하고 점막 세포를 더 심각하게 손상시킵니다. 이 두 가지 독소는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장점막의 염증, 부종, 궤양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에는 장 정막에 위막(pseudomembrane)이 형성되는 위막성 대장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하면 장내 유익균이 감소하여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관련된 대표적인 항생제로는 클린다마이신, 세팔로스포린, 플루오로퀴놀론 계열이 있습니다. 장기 입원 환자나 위장관 삽입물을 사용하는 환자는 감염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는 C. difficile포자가 표면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환자 간 전파가 쉽게 일어납니다. C. difficile 감염의 증상은 가벼운 설사부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장염까지 다양합니다.
3. 엔테로박터
엔테로박터(Enterobacter)는 사람과 동물의 장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그람음성균으로 주로 정상 세균총의 일부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특정 조건에서 병원성이 발현되면서 인체에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감염의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균은 엔테로박터과에 속하며 이 과에 속하는 다른 병원성 세균들처럼 장내와 외부 환경 모두에서 발견됩니다. 엔테로박터는 혐기성 조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혐기성 세균이며 환경에 적응력이 뛰어난 미생물입니다. 자연적으로 토양, 물, 식물, 동물의 장내에 존재하며 병원 환경에서도 흔히 발견됩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일반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서는 병원성 균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엔테로박터는 항생제 내성을 발달시키는 능력이 강하며 확장 스펙트럼 베타-락타마제와 카바페넴 내성을 획득한 경우가 많아 치료를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고령자, 중증 환자, 암 환자, 면역억제 치료를 받는 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감염의 주요 대상입니다. 카테터, 인공호흡기, 중심정맥관 같은 의료기기는 엔테로박터가 체내로 침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엔테로박터 감염은 감염 부위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증상과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에게 병원성 폐렴이 발생할 수 있고 카테터 삽입이 잦은 환자들에게서 흔히 발생하며 방광염이나 신우신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혈류로 들어가 전신 감염을 일으킬 경우 패혈증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수술 후 상처 부위에서도 감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항생제 선택이 매우 중요한데 이 균은 다제내성을 가진 경우가 많아 치료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베타-락탐계 항생제, 아미노글리코사이드, 퀴놀론 계열 항생제가 사용될 수 있지만 항생제 내성을 가진 경우에는 카바페넴 계열의 항생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